[Autumn Preview] 광주비엔날레
광주비엔날레 9. 7~12. 1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외 양림동 일원
한국을 대표하는 광주비엔날레가 창설 30주년을 맞았다. 관계미학의 창시자 니콜라 부리오가 예술감독을 맡았다. ‘판소리-21세기 사운드스케이프’를 주제로 제시했다. 소리꾼과 관객이 함께 부르는 ‘판소리’에 영감을 얻어 공간과 사회 구조의 문제를 탐구한다. 30개국에서 작가 72명이 출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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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몰 K. 파틸 <도시 사이의 선> 황동, 조명, 사운드 26×12×10cm 2023 Courtesy of the artist and TKG+
— 올해 광주비엔날레는 환경, 생태, 소리 등을 테마로 한 작업에 주목할 예정이다. 니콜라 부리오를 섭외한 과정이 궁금하다. 한국의 전통 음악 ‘판소리’를 주제로 삼은 이유는?
Park 광주비엔날레의 의미 있는 시점에 미술담론 형성의 장으로서 역할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니콜라 부리오 예술감독을 선정했다. 우리 재단은 창설 30주년을 맞아 비엔날레의 본질을 되짚고 미래 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할 역량을 갖춘 기획자를 물색해 왔다. 부리오가 인류의 고민을 원숙하게 풀어낼 이론적 토대를 지닌 동시에, 기획력과 실행력을 겸비한 최상의 적임자라고 판단했다.
‘판소리’는 감독과 내가 한국의 문화예술에 관해 대화를 나눈 이후 정해졌다. 부리오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꿈을 추상화한 최초의 근현대적 작품으로 지목하는 등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았다. 그는 판소리를 ‘마당’이라는 공공장소에서 들리는 소리이자 세상의 온갖 소리를 대변하는 것으로 이해한 것 같다. 우리가 세상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 그리고 알지 못하는 미지의 소리 등 모든 것이 사유, 공간과 연결된다는 점에 주목했다.
— 광주의 역사가 담긴 시내 일원을 전시장으로 활용한다. 양림동에서 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 작품을 소개해 달라.
Park 양림동 자체가 현대미술 전시장이 되며, 주로 음악과 음향 설치작업으로 꾸려진다. 양림문화샘터, 포도나무아트스페이스, 한부철갤러리, 한희원미술관, 양림쌀롱, 옛 파출소 건물, 빈집, 호랑가시나무 아트폴리곤 등 8곳에서 소리 프로젝트와 관객 참여에 기반한 작가 12명을 만날 수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파빌리온 4개도 이곳에 모여 있다. 양림미술관은 캐나다관, 펭귄마을공예거리 22동은 스페인관, 이강하미술관은 오스트리아관, 이이남스튜디오는 폴란드관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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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앙카 본디 <별의 연못에서 점치다>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4 Courtesy of the artist and La Casa Encendida
— 광주비엔날레는 2018년부터 파빌리온 제도를 운영해 왔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로 6개 대륙 31개 문화 기관이 함께한다. 그러나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을 벤치마킹한 제도에 호불호가 갈린다. 본전시에 집중할 예산과 인력을 굳이 분산할 필요가 있느냐는 우려이다.
Park 광주비엔날레는 베니스비엔날레 국가관과는 다른 비전을 지향한다. 베니스 국가관이 ‘미술올림픽’으로서 경쟁 구도를 띤다면, 광주 파빌리온은 참여 주체가 국가 외에도 여러 예술기관, 기획자 등으로 다양하다. 지그문트 바우만은 현대 사회를 ‘유연한 특질의 액체 사회’라고 정의했다. 동시대미술 또한 액체처럼 유동적이며 탈경계적이고 혼성적이다. 광주비엔날레는 동시대미술의 다양성을 광주에 결집하고 공유하고자 파빌리온을 추진한다. 아시아 문화의 허브인 광주가 세계 미술의 중심으로 자리매김하고,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로서 세계와 소통하는 플랫폼이 되기를 기대한다. 올해 더욱 확장된 31개의 파빌리온은 본전시에서 다루지 못한 다양한 논의를 보여주는 장으로서 가치를 지닌다.
— 30주년을 맞아 ‘광주 파빌리온’도 신설했다.
Park 광주비엔날레는 광주의 역사적 맥락에서 태동했다. 이러한 지역성을 광주 파빌리온에 녹여내고자 했다. 광주 파빌리온은 광주 미술의 발전과 확장에 기여해 온 작가와 작품으로 그 정체성과 발전 방향을 조망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광주의 역사와 동시대미술을 접목해 역동하는 광주 미술을 만나는 장이 될 것이다.
— 광주 인근의 도시도 비엔날레 시너지를 목표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같은 기간에 열리는 지역 행사를 추천해 달라.
Park 광주프린지페스티벌, 광주에이스페어, 광주충장축제 등 18개 행사를 연계한 ‘G-페스타 광주’가 광주 전역을 다채롭게 물들인다. 광주국제미술전람회 ‘아트광주24’는 10월 10일부터 13일까지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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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완 <식물성 로맨티스트> 리넨에 아크릴릭 구아슈, 글리터 227.3×181.8cm 2023 광주 파빌리온 출품작
— 오늘날 세계에는 수많은 비엔날레가 열린다. 다양한 작품을 한데 모은다는 강점이 있지만, ‘지역 축제’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동시대 비엔날레의 역할은 무엇일까?
Park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비엔날레들이 과연 그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동시대미술에 새로운 담론을 제시할 수 없다면 그건 비엔날레가 아니다. 오늘날 비엔날레는 본연의 철학과 의미를 회복해야 할 전환점에 있고, 미술관 전시와 아트페어가 제공할 수 없는 실험성과 철학적 담론을 창출할 의무가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졌지만, 앞으로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매너리즘에 빠진 비엔날레들과 확연히 다른 길을 찾고 새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다시 출발하려 한다. 이를 위해 올해는 전시뿐 아니라 학술적 논의를 병행한다. 9월 8일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심포지엄을 개최해 현대미술의 지평을 개척하는 담론을 도출할 것이다. 또한 국제적 수준의 큐레이터를 양성하고 미술계 네트워크를 확장하는 ‘광주비엔날레 아카데미 전문 기획자 양성 과정’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 당신은 2015~17년에 이어 2021년 다시 한번 광주비엔날레 조직을 이끌었다. 지역 현장과 가깝게 호흡하는 미술전문가로서 최근 한국 아트씬의 흐름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Park 최근 한국 아트씬에는 비엔날레라는 대규모 전시와 다양한 아트페어, 이를 적극 향유하는 MZ세대 관객이 자리 잡고 있다. 미술관 전시, 비엔날레, 아트페어라는 세 축을 중심으로 관람층이 늘어난 현상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럴 때일수록 미술관 전시의 전문성과 다양성이 촉진되어야 한다. 미술관 전시 없는 아트페어는 모래 위에 지은 집에 불과하다. 한편 비엔날레는 미술관 전시나 아트페어와 다르게 가장 실험적인 전시의 최전방이다. 현대미술이 발전하려면 비엔날레가 더욱 의미 있게 활성화되어야 한다.
—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임기도 올해로 끝이 난다. 제도와 현장에서 치열하게 활동해 온 시간을 돌아봤을 때 소회가 어떤가?
Park 공직에 입문한 이후 영국에서 문화 정책과 예술경영을 공부할 기회를 얻었고,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사무관, 과장, 국장, 실장, 뉴욕한국문화원장, 차관, 장관을 거치면서 다양한 정책을 수립, 집행해 왔다. 또 대학에서 문화 정책과 예술경영을 연구하고 가르쳤다. 한국의 문화예술 콘텐츠 발전과 미래의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데 40년간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나누어 왔다고 믿는다.
— 진솔한 답변에 감사드린다. 올가을 ‘판소리’가 예향의 도시 광주에서 세계로 넓게 울려 퍼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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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양우 /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주뉴욕대한민국총영사관 문화원장, 한국예술경영학회장,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등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