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상 대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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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원&전준호 <미지에서 온 소식: 이클립스> 단채널 비디오 설치, 소리, LED 조명, 알루미늄 구조물 17분 2023
뜨거운 여름을 코앞에 둔 7월, 상반기 주요 미술상 수상 소식을 모았다. 올해는 그간 장르적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영역을 제한했던 미술상들이 동시대미술의 새로운 경향에 발맞춰 조금씩 변화를 꾀했다. 김세중조각상은 디지털 시대를 고려해 전통적 의미의 조각에서 벗어나 ‘조각적 조형’까지 수용했고, 일우미술상은 사진뿐만 아니라 ‘렌즈 기반 매체’로 제작된 작품을 대상으로 삼았다. 박수근미술상은 추천 위원이 추천한 작가가 수상하면 해당 전문가가 이듬해 작가의 개인전을 기획하거나 평론에 참여하도록 개정했다. 미술상 권위를 제고하면서 작가와 이론가의 활발한 교류를 장려했다.
상반기 미술상 총결산
먼저 올해로 출범 38주년을 맞은 김세중조각상은 총 세 부문으로 나뉜다. 본상의 주인공은 한국의 대표 아티스트 듀오 문경원&전준호(1969년생). 문경원&전준호는 2012년부터 이어온 장기 프로젝트 <미지에서 온 소식>으로 자본주의의 모순, 역사적 비극, 기후 변화 등 인류가 직면한 위기와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탐구했다. 영상을 기반으로 하는 이 작품에 로봇 같은 조각적 오브제를 더해, 가상의 서사를 삼차원 현실로 확장했다. 45세 이하의 조각가에게 수여하는 김세중청년조각상은 김인배(1978년생)가 수상했다. 김인배는 조각의 기본 요소인 점, 선, 면, 양감, 질감 등을 해체해 초현실적이고 낯선 형태를 제시해 왔다. 또한 한국 미술 저작·출판상은 정종미(1957년생)가 받았다. 작가는 저서 『한국화의 재료와 기법』(2023)에서 그간 제대로 추적되지 않은 안료의 기원과 변천을 통시적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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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이현숙 <한낮의 승가사> 퍼포먼스 2019
일우재단은 기존의 일우사진상을 일우미술상으로 개편했다. 올해는 미디어아티스트 남화연(1979년생)이 수상자로 선정됐다. 남화연은 퍼포먼스, 사운드, 영상, 드로잉 등으로 역사적 인물을 좇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일제강점기에 활동한 무용가 최승희의 생애와 예술을 리서치해 2012년부터 작업으로 기록했다. 남화연은 내년 하반기에 일우스페이스에서 신작을 선보일 예정이다. 제9회 박수근미술상은 홍이현숙(1958년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는 조각,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여성과 생태 문제를 진지하게 풀어왔다. 뗏목 같은 공간에서 고래의 주파수를 감지해 보는 <여덟 마리 등대>, 비인간 생명체와 교감을 시도한 <사자 자세>까지, 작가는 인간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소외된 존재를 가시화한다. “가장자리에 있는 것들과 호흡하려는 박수근 선생님의 면모가 저와 닮아 있는 것 같다”라며 소감을 밝힌 홍이현숙은 이듬해 5월 양주군립박수근미술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 외에도 상반기 수상 소식이 쏟아졌다. 아티스트 부문에서는 문신미술상 김문규, 장두건미술상 이정, 전혁림미술상 하태임, 하인두예술상은 박종규가 수상했다. 올해로 제2회를 맞은 프리즈 아티스트 어워드는 젊은 조각가 최고은이 차지했다. 이론가 부문에서는 석남이경성미술이론가상에서 정준모가 본상, 박명자가 특별상을 거머쥐고, 정점식미술이론상은 강선학이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