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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의불꽃

그라운드서울개관,뱅크시개인전

2024/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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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yingCopper>2003

얼굴 없는 화가로 활동하는 그라피티아티스트 뱅크시. 국내 최대 규모의 뱅크시 개인전 <리얼 뱅크시>(5. 10~10. 20)가 그라운드서울에서 열렸다. 앞으로는 청계천, 뒤로는 북촌을 끼고 인사동에 자리한 그라운드서울은 이름처럼 서울의 예술 한마당을 자처한다. 이번 전시는 윤재갑 관장을 필두로 아라아트센터가 그라운드서울로 탈바꿈한 뒤 열린 개관전이다. 윤재갑은 대안공간루프 디렉터, 아라리오갤러리 총괄디렉터,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 상하이 하우아트뮤지엄 관장 등으로 활동했다. 대안공간부터 갤러리, 비엔날레, 미술관까지 전방위에서 쌓은 폭넓은 경험은 곧 그라운드서울의 비전이 되었다.
지하 4층과 지상 5층, 총 9개 층으로 나뉜 그라운드서울은 연면적만 1,500평에 달한다. 전시장의 평균 높이는 3.5m, 최대로 높은 공간은 무려 14m다. 여러모로 실험적이고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소화하기 적합한 공간이다. 그러나 동시에 과도한 규모로 동선이 복잡해져 몰입감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관장은 이러한 문제를 공간 성격의 분리로 해결했다. 자연 채광이 비추는 지하 4개 층은 기획전으로, 지상 3~5층은 작품을 파는 갤러리로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결정은 관장 혼자만의 독단이 아니다. 그라운드서울의 모체는 ‘아튠즈’로, 투명성과 개방성을 지향하며 윤재갑이 미술계 인사들과 설립한 아트컴퍼니다. 아튠즈는 그라운드서울 건물을 5년간 임대해 기획전과 작품 판매가 동시에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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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keyQueen>2003

처음은 ‘진짜’ 뱅크시와 함께

그라운드서울의 개관전으로 뱅크시를 결정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있다. ‘소유’를 강조하는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에 뱅크시는 ‘공유’를 외치기 때문이다. 열린 공간을 지향하는 그라운드서울과 거리에서 대중과 함께하는 뱅크시의 만남. 아튠즈의 섬세하고도 전략적인 판단이다. 무엇보다 <리얼 뱅크시>는 이름에 걸맞게 뱅크시의 공식 작품 보증 기관 ‘페스트 컨트롤’이 인증한 작품 29점을 포함한다. 그라피티아트 특성상 관람객은 사진만으로 현장감을 느끼기 어려운데, 아튠즈는 이를 아카이브 영상으로 보완했다.
전시는 지하 4층부터 계단을 따라 한 층씩 올라오는 구조로 구성됐다. 먼저 지하 4층은 뱅크시 등장을 전후로 영국 그라피티아트의 역사를 개괄한다. 본격적인 전시는 1전시실 ‘진짜 뱅크시는 어디에?’로 시작한다. 전쟁, 난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을 담은 작품을 모았다. 2전시실 ‘풍선과 소녀’는 2019년 소더비 경매장에서 생긴 에피소드에 착안했다. 당시 뱅크시는 자신의 작품이 낙찰되자 액자에 미리 설치해 둔 파쇄기로 그림을 훼손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마지막 3전시실 ‘진짜 뱅크시. 진짜 나.’는 거리로 나와 대중을 설득하고 기득권층에 저항했던 뱅크시의 활동을 영상으로 소개한다. 현재 그라운드서울은 갤러리 첫 전시 <Move, Sound, Image>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막 피어오르는 작은 불씨가 거대한 불꽃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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