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도, 예술의 새 수도
최근 경주 아트씬이 뜨겁다. 지역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한 신생 미술관과 다양한 전시, 행사가 지각 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는 경주를 한국의 대표 예술도시로 브랜드화하려는 경북문화관광공사(사장 김남일)의 비전이 뒷받침하고 있다. 올해 10월 APEC 정상회의 만찬장으로 국립경주박물관이 선정되면서 이 사업에 가속이 붙었다.
경주는 석굴암, 불국사, 대릉원, 월성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 문화유산의 보고다. 이는 지역의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현대미술로 재해석하여, 경주가 예술의 수도(首都)로 발돋움하는 데 값진 기틀이 된다. 김 사장은 “나는 10년 전 경주 부시장 재임 시절부터 ‘예술을 통한 도시의 재정의’를 고민해 왔다. 신라 불교미술의 정수를 담은 유물들은 경주가 동아시아 예술정신의 중심지였음을 웅변한다. 그러나 진정한 잠재력은 과거 유산을 현대예술의 토양으로 재해석하는 가능성에 있다. 경주는 이제 ‘천년 고도’를 넘어 ‘천년의 예술혼이 깃든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라고 설명한다.
이 새로운 도약의 하이라이트는 7월 론칭 예정인 ‘경주 아트패스’다. 경주의 주요 미술관을 하나의 입장권으로 관람할 수 있는 통합 할인 상품이다. 미술관의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미술관 간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기획되었다. 각 미술관의 입장 절차를 단축해 예술관람을 산책처럼 편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아트패스 적용 대상은 경주솔거미술관 우양미술관 플레이스씨 국립경주박물관 불국사박물관 포항시립미술관 등이다. 네이버, 쿠팡, 여기어때, 지마켓 등 국내 주요 온라인 플랫폼에서 40~50% 할인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다. 구매 시 전자 티켓이 카카오톡으로 전송된다. “경주 아트패스는 경주 곳곳에 흩어진 미술관과 전시 공간, 역사 문화 자원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문화 네트워크이자, 예술경험의 통합 플랫폼이다. 관광객은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고대 불교미술에서 현대 추상회화까지 한 호흡으로 경험하게 된다. 이는 관광의 패러다임을 ‘소비’에서 ‘감응’으로 전환시키는 모델이다.”
공립과 사립, 미술관과 박물관을 아우르는 경주 아트패스는 지역의 문화 지형을 한층 넓히고, 과거 유산과 동시대미술을 하나의 여정으로 연결한다. 이는 경주를 미래 지향적 예술도시로 이끄는 동력이 될 뿐만 아니라, 로컬 미술의 특수성을 강화해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는 타개책이 될 수 있다. 경주 아트패스가 단발성 관광 상품을 넘어, 경주를 글로벌 아트허브로 도약시키는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