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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역시손맛!

이탈리아패션브랜드펜디,장인과의공예프로젝트

2025/01/01

‘진짜’ 럭셔리는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이탈리아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펜디(Fendi)는 2020년부터 <핸드 인 핸드(Hand in Hand)> 프로젝트를 펼쳐왔다. 세계 각지의 공예 장인과 펜디의 시그니처 가방인 ‘바게트백’을 재해석한다. 미국 일본 중국 스코틀랜드 마다가스카르를 거쳐 마침내 2024년 한국에도 상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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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이만든바게트백<핸드핸드>(2024)

탄생 27주년을 맞은 바게트백은 펜디 창립자의 손녀이자 크리에이티브디렉터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Silvia Venturini Fendi)가 처음 만들었다.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팔에 바게트를 끼우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바게트백을 디자인했다. 평범한 현대인의 일상에서 스타일리시한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이 가방은 당시 화제로 떠오른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이 사랑한 소품으로 알려지면서 인기를 끌었으나, 이후에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바게트백이 다시 세간의 눈길을 끈 건 2019년. 다양해진 사이즈, 길이 조절이 가능한 끈 등 맞춤식 코디가 가능하도록 디자인을 개선한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바게트백’, 문화를 담는 그릇

이 기세에 힘입어 펜디는 2020년 <핸드 인 핸드>의 첫발을 내디뎠다. 브랜드의 상징인 바게트백을 지역의 전통공예로 재해석하고, 대량 생산이 아닌 수작업의 우아함을 내세웠다. 그 출발지는 이탈리아였다. 토스카나의 가죽 세공, 베네토의 유리공예, 시칠리아의 은세공 등 지역 고유의 기술이 세심하게 녹아들었다. 토스카나 장인은 바늘과 실 없이 식물성 가죽만을 접합해 가방을 완성했고, 베네토 장인은 모자이크 기법으로 정교한 패턴과 다채로운 반사색을 구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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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영은어린시절할머니의노리개를보고매듭에이끌렸다.이화여대에서실내장식을전공하고,졸업본격적으로매듭을공부했다.그는모든비단실을직접염색하고손으로짜서사용한다.

이 야심 찬 프로젝트는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지난 11월 25일에는 한국과의 컬래버 소식을 발표하면서 국내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 영예의 주인공은 매듭장 김은영(1942년생). 그는 60여 년간 전통 매듭 기법을 현대 복식과 생활 소품에 접목해 왔다.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이번 바게트백 하나에는 무려 3,432m의 실이 사용됐다. 가방 양 끝과 가죽끈에 물들인 치색(緇色), 중앙으로 갈수록 옅어지는 주황색의 조합은 고성의 사찰 문수암에서 바라본 석양과 구름에 영감을 받았다. 평범한 일몰 풍경을 명품 가방에 새겨 소소한 일상의 가치를 북돋는다. 가방 표면에는 ‘망수(網繡)’ 무늬를 수놓았다. 섬세한 그물 문양이 특징인 이 기법은 조선 왕실 의복에 주로 쓰였다. 펜디와의 협업 제품에는 일자, 곱, 물결, 나무 등 특정한 꼬임 문양을 넣어 장식성과 견고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가방 양쪽에는 호박으로 조각한 복숭아와 매화 액세서리가 걸렸다. 복숭아는 장수, 매화는 기품을 상징한다. 샛노란 오브제가 펜디의 황금빛 로고와 만나 은은한 조화를 이룬다.

<핸드 인 핸드>는 지역 문화유산의 보존과 재해석을 동시에 이뤄낸 성공적인 협업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로 바게트백은 물건을 담는 가방에서 ‘문화를 담는 그릇’으로 거듭났다. 장인이 한번 지은 매듭은 절대 풀리지 않는다. 그 안에는 우리 전통의 아름다움과 펜디의 창의적 비전이 단단히 엮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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