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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의물결

푸투라서울개관,미디어아티스트레픽아나돌개인전

2024/09/05

푸투라서울 내부 전경

푸투라서울내부전경

9월 5일, 북촌 한옥마을에 ‘미래 지향적’ 미술공간이 오픈한다. 그 주인공은 ‘푸투라서울’. 미래를 뜻하는 라틴어(futura)에서 따온 이름처럼, 푸투라서울은 유구한 역사를 지닌 한옥마을 한복판에서 ‘미래’를 외친다. 평소 미술애호가였던 구다회 대표는 폭넓은 장르와 형태를 아우르도록 공간의 방향성을 기획하기 시작했다.

구 대표의 포부는 미술관 건축에서부터 드러난다. 푸투라서울은 기둥을 사용하지 않고 건물 상부를 지면에서 띄운 캔틸레버 구조로 지어졌다. 덕분에 5m 정도의 여백 공간이 생겼고, 이를 한옥 처마처럼 활용해 관객이 편하게 쉬어가는 휴식처로 꾸밀 예정이다. 미래를 지향하되, 전통의 미학을 잃지 않으려는 의도. 건물 내부는 어떨까? 푸투라서울은 답답한 화이트 큐브 공간을 지양하고, 한옥의 유려한 아름다움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중앙에서 창가로 이어지는 1층과 1.5층 사이 천장을 곡선형으로 설계해 공간 전체가 물결치는 듯한 경쾌함을 선사한다. 메인 전시실의 최대 높이는 무려 10.8m다. 예술가가 공간의 한계로 작업과 영감의 크기를 한정 짓는 일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이 거대한 공간의 포문을 장식할 작가는 튀르키예 출신의 미디어아티스트 레픽 아나돌. 현재 로스앤젤레스를 기반으로 활발히 활동 중인 그가 푸투라서울에서 아시아 최초 개인전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아카이브>(9. 5~12. 8)를 연다. 레픽 아나돌은 AI미술의 선구자이다. 2022년 뉴욕현대미술관에서 미술관 소장품 13만여 점을 AI에 학습시키고, AI가 이를 재해석해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여 큰 화제를 일으켰다. 아나돌 작품의 특징은 역동적으로 출렁이는 시뮬레이션 화면이다. ‘데이터의 바다’를 떠올리는 화면에 웅장한 음향까지 더해 극도의 몰입감을 제공한다.

대규모 자연 모델

<대규모자연모델:식물>

인공 자연, 데이터의 바다

레픽 아나돌은 이번 전시에서 대규모 자연 모델에 기반한 작품을 공개한다. 이를 위해 레픽 아나돌 스튜디오는 전 세계 우림 16곳의 자연 데이터부터 스미스소니언박물관, 런던자연사박물관 등 각종 학문 기관이 소장한 학술 데이터까지 수집했다. AI가 추상화한 자연의 ‘패턴’이 대형 전시실을 가득 채운다. 실제로 푸투라서울은 작품에 최적화된 공간 조성을 위해 건축 초기 단계부터 레픽 아나돌과 긴밀한 협의를 거쳤다. 관람객의 시야를 방해하지 않으려 전시장에 기둥을 세우지 않았고, 초대형 프로젝션을 위해 12m 거리도 확보했다.

그렇다면 왜 하필 레픽 아나돌로 개관전을 꾸렸을까? 구 대표는 말한다. “레픽 아나돌과는 2019년부터 연을 맺어왔다. 나는 그의 작업을 보고 백남준을 떠올렸다. 아나돌은 기술적 역량과 철학적 깊이를 동시에 갖춘, 몇 안 되는 아티스트이다. 미디어아트는 SNS로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감상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췄으니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아나돌이 동시대의 앤디 워홀이 될 거라 생각한다.” 한편, 푸투라서울은 아직 AI미술과 레픽 아나돌을 생소하게 느낄 한국 관객을 위해 토크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작가와 런던 서펜타인갤러리 예술감독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가 참여해 첨단미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를 높인다. 북촌에도 미래의 바람이 불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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