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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의지구

올라퍼엘리아슨,신안도초도예술섬프로젝트

2024/12/04

‘수국의 섬’ 도초도가 대지의 미술관으로 재탄생했다.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설치미술가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신작 <숨결의 지구> 이야기다. 2018년 신안군은 ‘1섬 1미술관’ 정책을 발표했다. 2026년 상반기 완공을 목표로 지역 일대에 미술공간 27개를 건립한다. 그중에서 ‘신안 예술섬 프로젝트’는 해외 거장의 작품 세계를 테마로 삼은 전시 공간이다. 엘리아슨을 비롯해 제임스 터렐, 안토니 곰리, 야나기 유키노리 등이 참여한다. <숨결의 지구>는 이번 프로젝트의 첫 결실. 6년의 제작 기간을 거쳐 11월 15일 대중에 최초로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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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의지구>부분2024_이작품은신안의‘1섬1뮤지엄’프로젝트가장먼저공개됐다.화산활동으로형성된도초도의지형을용암석타일로재해석했다.

엘리아슨은 빛, 대기, 무지개 등 자연 현상을 예술언어로 재구성하는 작업으로 생태주의적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숨결의 지구>는 그러한 예술세계를 집대성한 작품이다. “다른 평면작품에서 나온 아이디어가 이번에는 3차원 형태로 자리 잡았다. 패턴의 기하학은 거의 10년 전에 시도했던 도상이다. 마치 이 <숨결의 지구>를 만들기 위해 지난 시간 동안 작업을 해온 것 같은 느낌이다.” 형식뿐만이 아니다. 이번 작품엔 그가 다뤄온 자연 요소가 한데 연결된다. 화산이 빚은 도초도의 토양에서 빛, 날씨, 바람, 그림자까지 섬을 아우르는 생태의 흐름을 형상화했다.

<숨결의 지구>의 미적 경험은 작품과 마주보면서부터 시작된다. 설치 공간을 향해 팽나무 숲에 펼쳐진 오솔길은 현실과 낙원을 대별하는 포털이다. 그곳을 따라 걸으면 “소비와는 거리가 먼 공간, 노동도 의무도 없이 오직 경험과 소통만이 존재하는 공간”에 도착한다. 작품은 밖에서 보면 돔 모양을 띠지만, 내부로 들어가면 구 형태의 개방된 공간과 만난다. 햇빛은 알록달록한 타일에 반사되어 색을 갈아입으며 들어오고, 날씨에 따라 비, 눈, 바람이 내부를 채운다. 사람의 목소리와 발소리, 자연이 오가는 모든 진동이 곡선형 벽을 따라 은은하게 울린다. 숲에서부터 감상자를 따라 들어온 모든 생명이 하나가 되는 혼성. 그 하모니에 작가는 ‘지구’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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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결의지구>설치전경2024

엘리아슨의 생태주의적 예술은 이제까지 환경 문제에 개입하는 ‘경고’의 형태를 띠었다. 이번 작업 역시 환경을 다루지만, 차이점이 있다면 방점이 희망에 찍혔다는 것이다. “기존 작업이 직접적인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숨결의 지구>에는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 긍정의 힘이 담겨있다. 작품 내부, 그러니까 ‘지구’에서 우리가 자연과 연결됨을 느끼고, 환경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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