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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스터의레코드

그라운드시소서촌,1970년대앨범재킷기획전

2024/08/02

힙노시스

힙노시스스튜디오

영감에 한계가 없던 청년들의 우정과 혁신의 이야기, 수십 년간 음악과 디자인 역사의 중심에 있는 아티스트 스튜디오의 이야기를 담은 전시 <힙노시스: 롱 플레잉 스토리>(3. 8~8. 31)가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펼쳐졌다. 전시는 다양한 실험으로 초현실주의적 비주얼과 메시지, 새롭고 특이한 디자인과 브랜딩을 앨범 재킷에 녹였던 ‘힙노시스’의 아트워크 제작기와 결과물을 보여준다. 힙노시스의 앨범 재킷 아트 200여 점과 동시대 레전드 아티스트의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그라운드시소가 설계한 영상, 사운드, 그래픽, 공간디자인이 함께한다.

본격적인 전시 감상을 시작하기 전, 힙노시스는 경고한다. 이것은 그저 앨범 재킷에 불과하고, 상품을 팔기 위한 수단이며, 멋진 디자인의 속임수에 당해서 음반을 사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그리고 이것은 철저하게 상품을 팔아 더 많은 이익을 남기기 위한 목적을 지니고 있다고. 음악을 필두로 사진과 디자인, 아트워크에 관심이 많은 사람으로서, 그렇기에 찾아온 전시의 시작이 솔직함을 넘어 이런 발칙한 소개라니, 신선했다. 오히려 묘한 긴장과 기대감이 생겼다.

Elegy

영국밴드나이스의앨범<Elegy>(1971)

Houses of the Holy

영국밴드레드제플린의앨범<HousesoftheHoly>(1973)

눈으로 ‘듣는’ 음악

레코드 숍에 찾아가 직접 음반을 구매하고, 좋아하는 뮤지션의 앨범 재킷만 봐도 미소가 번지는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디지털 음원이 증가하면서 이 경험은 더욱 어려워졌지만, LP, CD, 테이프 등 다양한 음반에서 앨범 재킷은 가장 먼저 음악을 시각적으로 만나는 순간이다. 뮤지션의 모습이 정직하게 담겨 있는 디자인부터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타이틀 타이포그래피, 음반과 뮤지션의 상징적인 표현으로 창작된 아트워크까지. 전시장 1층에 경고가 쓰여 있음에도 앨범 재킷은 그리 단순한, 그저 ‘재킷’이 될 수 없다.

전시는 1960년대 말부터 1970년대의 핑크 플로이드, 레드 제플린, 폴 매카트니 등 전설적인 뮤지션의 앨범 제작기를 보여준다. 그들의 음악이 여전히 많은 리스너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에 비해, 정작 앨범 재킷을 깊이 생각하거나 알아볼 기회는 부족했다. 이 정도로 많은 뮤지션과 협업한 역사를, 더불어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어진 초현실적이고 창의적인 결과물을 한 전시에서 볼 수 있다는 건 굉장한 행운이다. 실제로 이 전시는 많은 부분을 지금 상황과 비교해 볼 여지가 있다. 디자인 영역을 넘어 현대미술과 현대사진의 역사, 매체, 방식까지도 함께 감상하고 탐구할 수 있는 구성이다.

힙노시스는 전시의 시작과 함께 우리에게 큰소리로 귀띔해 주었다. 친절하고, 재밌고, 생생하며 솔직할 거라고. 더불어 전시장의 캡션과 설명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평소 전시를 많이 관람하는 사람으로서 이렇게 캡션을 자세하고 재밌게 본 전시는 흔치 않다. 팬데믹 이후 영화관보다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동시에 여전히 미술전시 감상을 어려워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도 쉽게 들을 수 있다. 이 전시는 어쩌면 그들에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다. 친숙한 음악과 함께 디자인부터 사진에 이르는 ‘아트워크’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으로서 말이다. 누구보다 힙노시스는 알고 있었다. 이것이 그저 앨범 재킷에 불과하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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