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레미 디메스터 × 두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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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na> 캔버스에 아크릴릭, 청동, 채색 레진, 철 248×166×17cm 2023
토템의 혼, 무구한 힘
원시의 문화를 동시대미술에 소환하는 제레미 디메스터(1988년생). 작가는 선사시대 유물, 고대 신화의 상징을 현대적 관점으로 재구성해 왔다. 그가 두바이 첫 개인전을 열고 토테미즘 가면을 모티프 삼은 신작 17점을 선보였다. 토테미즘이란 동식물을 신성시하는 종교 형태. 토테미즘 사회에서 가면은 신의 힘을 빌리는 장치로, 전쟁과 종교 의식에서 사용됐다. 상징이 화려할수록 영적 교감이 원활하게 이뤄지고 신의 보호를 받는다는 믿음이 있다. 작가는 서아프리카 배냉에서 민속 문화와 제례 의식을 연구했다. 지역 박물관을 방문하고 원시 부족 출신의 현지인과 인터뷰하며 도상을 모았다. 이번 출품작은 부조와 회화로 나뉜다. 부조는 토테미즘 가면을 동시대조각으로 재해석했다. 목재 대신 운동화, 양초, 바퀴, 권투 장갑 등을 재료로 삼고, 익살스런 표정을 더했다. 선사시대 숭배의 대상이 자연이었다면, 오늘날 그 자리는 상품이 차지했다. 비싸고 반짝이는 오브제가 권위의 상징이 된 현실을 꼬집었다. 다음으로 회화는 토테미즘 가면을 추상화했다. 물, 불, 바람 등 자연의 심볼을 기하학 도형으로 전환했다. 화면에 그린 눈동자는 현대인을 바라보는 원시인의 시선이다. / 주예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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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B> 캔버스에 아크릴릭, 청동, 알루미늄 262×185×22cm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