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아트, 아시아 공략
김지은 <무제> 캔버스에 유채 90.5×75cm 2022 더스트롤갤러리
2022년 한국 미술계의 가장 큰 이슈를 꼽자면 단언컨대 프리즈, 키아프 서울 동시 개최를 빼놓을 수 없다. 세계 3대 아트페어 프리즈의 상륙은 그 자체로 한국 미술의 가치와 시장성을 입증하는 축제였다. 뉴욕 글래드스톤갤러리, 런던 타데우스로팍, 베를린 에스더쉬퍼 등 해외 유수 갤러리가 발 빠르게 프리즈 위크 전후로 서울 지점을 개관했고, 글로벌 컬렉터가 행사장에 몰리며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그러나 ‘K아트’의 저력이 한국에서만 빛난 것은 아니다. 프리즈 서울 이후 전 세계가 한국 미술에 쏟는 관심에 부응해 국내 갤러리의 해외 진출과 국제 기획전이 잇따르고 있다. K아트의 아시아 공략에 주목해야 할 세 갤러리의 소식을 전한다. 홍콩 더스트롤갤러리(The Stroll Gallery), 플레이스막 방콕,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가 그 주인공이다.
홍콩에서 로스앤젤레스까지
더스트롤갤러리는 홍콩 콰이칭에 개관한 한국 미술의 전시 공간이다. 중국 내 다양한 공간에서 전시를 이어나가다, 2020년 7월 홍콩에 전시장을 마련했다. 임선정 대표를 주축으로 국내 작가의 도예와 미디어아트를 소개하고자 설립했다. 중국과 한국을 잇는 예술교두보가 되는 것이 목표다. 김동완 김인식 이창화 박성극 박선민 등 여러 아티스트의 도예작품을 전시로 선보여 왔다. 최근 갤러리는 주요 장르를 회화로도 확장했다. 그 첫 번째 결과물이 <The Secret Cabinet>(11. 25~2023. 1. 12)전이다. 김아라 김찬송 김지은 김지연 김주현 김연홍 백윤조 이나영 황도유 총 9인의 젊은 작가가 신작 30여 점을 공개했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비밀 상자 속에 숨겨놓은 소중한 것’. 금전이나 보석과 같은 재화에 가려진 인간적 가치를 모티프 삼았다. 각 참여 작가는 살면서 잊지 못할 경험,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 예술에 대한 태도 등을 그림으로 표현했다. 추상, 풍경, 인물화 등으로 저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관점을 솔직하게 드러냈다. 임 대표는 전시의 ‘캐비닛’이 관객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타인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가치를 전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힌다.
박철호 <Jumbo Dragonfly> 캔버스에69.7×50.8cm 2016 플레이스막 방콕
코헤이 야마다 <무제> 캔버스에 유채 53×45.5×3cm 2021 아라리오갤러리 상해
플레이스막은 예술가 유기태가 2010년 론칭한 예술실험 갤러리다. 연남동에 처음 문을 열어 연희동으로 이관 후, 플레이스막2, 3을 잇따라 개점하면서 영향력을 확장해 왔다. 플레이스막의 첫 해외 거점인 방콕 지점은 지난 10월 29일에 개관했다. 플레이스막 방콕의 첫 전시는 <막막>(10. 29~11. 29)전. 오픈 첫날부터 100여 명의 관객이 몰려 그야말로 성황리에 신호탄을 쏴 올렸다.
전시 제목의 ‘막’은 한국어로 ‘지금 바로’를 의미한다. 반면 태국어로는 ‘정말 맛있어!’라는 뜻의 ‘아로이 막막’에서 따왔다. 방콕에서 플레이스막이 예술의 잠재력을 보여주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도시에 선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제목을 지었다. 한국 작가는 박철호, 손미정, 태국 작가로는 춤폴 캄완나(Chumpol Kamwanna), 임하타이 수왓타나신(Imhathai Suwatthanasilp), 팻디(Paddy), 파이롯 피체메타쿤(Pairoj Pichetmetakul), 프라삿 니란돈프라삿(Prasart Nirundornprasert), 수다폰 테자(Sudaporn Teja), 티탓(TETAT), 와산 시티켓(Vasan Sitthiket)이 참여했다. 이 중 시티켓은 2002년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한 작가로 한국에서도 이미 친숙하다. 플레이스막 방콕 개관을 축하하는 ‘스페셜 게스트’로 참여했다.
플레이스막은 방콕 레벨아트스페이스(Rebel Art Space)와 협력해 한국과 태국의 작가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2023년 상반기에는 한국 지점에서 ‘한국-태국 교류 전시’를 개최할 예정. 한편 방콕 지점에는 한국 작가를 위한 레지던시도 설립된다. 생계와 창작에 지친 아티스트에게 휴식처를 제공할 목표로 내년 하반기부터 공식 모집을 진행한다.
아라리오갤러리는 1989년 김창일 회장이 창립한 이래, 아시아를 대표하는 갤러리로서 서울, 천안, 상하이에 총 3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아시아 미술을 국제 무대에 선보이고, 젊은 작가 육성과 글로벌 프로모션을 추진해 왔다. 2005년 베이징 지점을 개관하며 중국에 진출했고 2014년 상하이로 이전했다. 이후 새 전시 공간을 구축해 지난 10월 26일 재개관했다.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는 메인 전시장과 실험적인 프로젝트를 위한 공간으로 나뉜다. 첫 번째 메인 전시로 코헤이 나와(Kohei Nawa) 개인전 <Decode>(10. 26~12. 31)가 열렸다. 작가의 대표작인 <Direction> 시리즈와 평면 신작 <Dune>, <White Code>, <Plotter>, <Dot Array-Black> <Line Array-Black> 등 총 6개 연작을 공개했다. 신체 감각이 신경 신호를 거쳐 인식에 도달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프로젝트 공간에서는 일본 큐레이터 그룹 오니다이묘(Onidaimyo)의 코헤이 나와와 켄고 키토 (Kengo Kito)가 기획한 그룹전 <Polyphony>(10. 26~12. 31)가 열리고 있다. 전시에는 켄고 키토 외 아이코 유노(Aiko Yuno) 코가 미우라(Koga Miura) 코헤이 야마다(Kohei Yamada) 미카 이에다(Mika Ieda) 미츠히로 이케다(Mitsuhiro Ikeda) 나나미 이노우에(Nanami Inoue) 토루 카미야(Toru Kamiya) 유키 사에구사(Yuki Saegusa) 등 총 9인의 작가가 참여했다. 다성 음악을 뜻하는 전시명처럼, 이질적인 작품이 만드는 시각적 화음으로 일본 동시대미술을 조망한다.
이 외에도 지난 1월 백아트는 인도네시아에 처음 진출한 한국 갤러리가 됐다. 이어 국제갤러리가 파리에 첫 번째 해외 지사를 오픈했고, 가나아트도 로스앤젤레스에 ‘뷰잉 룸’을 위한 임대 계약을 체결했다. 현재 해외에서 진행 중인 한국 미술전의 중요한 특징은, 기존 블루칩 작가를 넘어 젊은 세대의 작품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했다는 점이다. 한국 작가의 발굴과 육성에 세대 확장이 이뤄졌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이들은 글로벌 무대에서 어떤 새로운 성과를 거둘 수 있을까? K아트의 세계 시장 공략은 이제 다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