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당 여돌’의 퇴마 굿판!

<케이팝 데몬 헌터스>, K컬처 모티프 영화 개봉
2025 / 07 / 01

K팝을 소재로 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넷플릭스 글로벌 영화 순위에서 연일 1위를 차지했다. 영화는 3인조 K팝 스타 루미, 미라, 조이로 구성된 인기 걸그룹 ‘헌트릭스’가 무대 밖에서 ‘악령 사냥꾼’으로 활약하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이다. 영화의 세계관을 거칠게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대가 바뀔 때마다 3명의 여성 헌터가 선정돼 대마왕 ‘귀마’로부터 세상을 지켜왔다. 이들은 희망과 용기를 북돋는 목소리로 사람들의 유대감을 모아 결계 ‘혼문’을 완성해야 한다. 헌트릭스가 글로벌 아이돌로 성장해 혼문을 완성하기 직전, 귀마의 수하들이 ‘사자보이즈’라는 보이밴드로 데뷔해 사람들의 영혼을 지옥으로 홀린다. 영화는 헌트릭스의 ‘루미’와 사자보이즈의 ‘진우’가 각자의 결핍과 아픔을 보듬는 과정을 섬세하게 담는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호평을 얻는 이유는 서구 시각의 ‘잡탕 아시아’ 이미지가 아니라, 한국 고유의 감수성과 비주얼을 생생하게 구현했다는 점에서다. 한국계 캐나다인 매기 강이 감독으로 나서고, 북미의 아시아계 팀원이 협동해 가능한 일이었다. 이제, 구체적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내포한 한국 문화의 층위를 짚어보자. 먼저 동시대 K팝 컬처다. ‘여돌’이 ‘남돌’을 퇴마하는 이 스토리의 주요 배경은 서울이다. 티셔츠 굿즈를 입고 응원봉을 흔들며 등장하는 팬부터 남산타워, 명동 거리, 북촌 한옥마을, 한강 등의 관광 명소가 영화에 고스란히 등장한다. 미술팀이 서울 곳곳을 답사해 도심 작화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결과이다. 아트디렉터가 하늘을 찌르는 뉴욕의 마천루, 네모반듯한 도쿄의 빌딩 숲과는 다르게 자연과 도시를 조화롭게 섞어야 한다는 주문을 강조했다고. 실존하는 장소를 리얼하게 그려내, 한국 문화를 접해본 이들이라면 모두 다 아는 서울의 일상 풍경이 ‘덕심’을 자극했다.

여기에 영화는 한국의 전통문화라는 레이어를 더했다. 영화 도입부의 헌트릭스 임명은 서낭당 나무 앞에서 ‘무당 선배’의 선언으로 이루어진다. 이어서 헌트릭스의 록 스타일 아웃핏엔 단청과 괴석 문양이 새겨져 있는가 하면, 들고나오는 휴대폰 케이스마저 자개 질감의 연화문으로 장식돼 있다. 응원봉은 노리개의 생쪽매듭, 귀걸이와 팔찌 등의 액세서리는 황남대총 북분 금팔찌, 계림로 금귀걸이 등을 연상시킨다. 또한 무대 세트에는 경복궁 근정전이 떠오르는 일월오봉도와 어좌를 활용했다. 마치 왕이 일월오봉도 앞에서 질서(道)를 대변했듯, 헌트릭스는 팬들의 순수한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왕의 권능을 실현한다. 나아가 리움미술관 소장의 민화 <호작도>를 모티프 삼은 감초 조연 ‘더피(호랑이)’와 ‘수지(까치)’, 도깨비와 귀면와를 닮은 잡귀 캐릭터가 한국성을 공고히 하는 데 한몫한다. 한국적 미는 헌트릭스가 사용하는 무기에서 정점을 찍는다. 루미는 사인검, 미라는 곡도, 조이는 신칼이라는 수려한 공예품으로 악귀를 무찌른다. 이것은 대개 제의에 사용되는 무구(巫具)다. 헌트릭스는 무구를 흔들며 굿판을 벌여 영혼을 치유하는 샤먼의 후예인 셈이다. ‘신난다’라는 말은 몸에 신이 들어오는 걸 의미했던가. 공동체를 끌어안는 신과 만나려면 신이 나야 하는 법.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신나는 K팝으로 본능적인 흥을 일깨워 주류와 비주류, 변방과 중심을 잇는 판타지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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