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민 와코아 × 런던
2023 / 04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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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icca Tree> 리넨에 유채 81.5×109cm 2022~23
풍경, 내밀한 시간의 변화를 그리다
루민 와코아는 자연과 심상을 아울러 추상 풍경을 그린다. 작가는 플로리다 북부의 시골에서 자랐다. 건축가였던 아버지가 숲속에 지은 집에서 지내면서 틈만 나면 호수와 수풀에 몸을 던졌다. 텔레비전도 친구도 없었지만, 그에게 고향은 지루할 틈 없는 작은 판타지 세계였다. 해가 기울 때마다 바뀌는 조명과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나무에 와코아는 매료됐다. 세상의 모든 것은 늘 변화한다는 것. 자연에서 얻은 깨달음은 와코아의 작업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가 됐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사계절이 뚜렷한 뉴욕 퀸스 정경과 그곳에서 느낀 정취를 화폭에 담았다. 서로 다른 계절의 풍경을 윤곽선 없이 겹쳐 시간의 연속성을 표현했다. 야외에서 자연의 움직임을 포착했던 인상주의 외광파의 그림이 모티프다. 한편 자연의 변화에서는 인간도 예외가 아니다. 와코아 회화에서 인간은 오직 주검으로만 등장한다. 흙, 밤하늘, 꽃 덤불 등을 배경으로 그린 해골은 죽음 이후에도 끊임없이 순환하는 우주의 순리를 반영한다. 자연을 양분 삼아 자란 인간은 다시 대지로 돌아가 자연의 양분이 된다. / 조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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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the Age of Starlight?> 리넨에 유채 35.5×28cm 20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