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의 자생성 탐구
원로 미술평론가 오광수가 두 권의 저서를 동시에 펴냈다. 『한국 현대미술의 탐구』와 『전환기의 미술가 34인』(에이엠아트). 이 책은 이랜드문화재단의 지원 사업으로 발간되었다. 1960년대 초반부터 60여 년간 한국 미술의 현장 비평가로 활동해 온 오광수는 이번 저서에서도 시대의 증언자로서 작가와 작품을 조망한다. 미수(米壽) 백전노장의 살아있는 비평집이다.
오광수 『전환기의 미술가 34인』(왼쪽), 『한국 현대미술의 탐구』 에이엠아트 2024
산수화에서 단색화, 백남준까지
『한국 현대미술의 탐구』는 서세동점의 급류와 변혁을 거쳐온 지난 1세기, 한국 미술의 자생성을 탐구한 책이다. 한국 미술의 정신적 뿌리, ‘우리 것’의 천착, 전통의 현대화는 오광수 비평의 근간을 이루어왔다. 그는 서문에서 말한다. “서양 미술의 충격이 여러모로 우리 현대미술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준 것은 부정할 수 없으나, 한편 밖으로부터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의식의 점고 역시 간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미 한 세기를 넘긴 서양 미술의 감화는 우리 고유의 정서와 방법에 융화되면서 일종의 발효 효과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부터의 영향에 대비된 안으로부터의 영향이 현저하게 나타나고 있음은 반가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졸저는 하나의 시론(試論)으로 보아주었으면 한다.”
『한국 현대미술의 탐구』는 다음과 같이 구성되어 있다. 제1장 「서화에서 미술로」는 전통회화가 근대회화로 발전하는 데 있어 제기된 문제와 그 성과를 메인으로 다루었다. 동양화와 한국화의 명칭 문제, 백양회에서 묵림회 그리고 수묵화운동으로 이어지는 그룹 활동, 서체 충동과 현대미술 등을 다룬다. 제2장 「자연의 발견과 원형 탐구」는 전통회화의 주류인 산수화가 우리 독자의 양식으로 탈바꿈하는 과정의 대표적인 예를 중점적으로 논구했다. 또 무속화, 민화와 같은 서민 생활의 여러 조형적 요소를 현대적 양식으로 재해석하려는 기운도 우리 현대미술의 풍부한 자양이 되었음을 몇몇 작가들을 중심으로 다루었다. 전자는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 후자는 김기창과 전혁림에 해당한다. 제3장 「단색화의 구조와 정서」, 제4장 「초기의 단색화가들」은 1970년대에 등장한 단색화를 개괄하고, 그 전개의 진폭을 규명한다. 윤형근 박서보 권영우 정창섭 정상화 하종현 권영우 등 21세기에 국제적으로 약진한 단색화 대가들과 함께 그 뒤를 잇는 서승원 이승조 최명영 이동엽 허황 진옥선 이정지 윤미란 김태호 등의 작가로 비평의 폭을 넓혔다. 제5장은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에 쓴 단색화 논저다. 단색화의 초기적 현상에 참고가 되도록 부록으로 넣었다.
『전환기의 미술가 34인』은 1990년대부터 최근에 발표했던 전시 서문, 전시 리뷰, 세미나 발표 글을 묶은 것이다. 제1부는 박수근 장욱진 한묵 유영국 곽인식 김영주 천병근 박노수 송영방 이응노 문신 최종태, 제2부는 권영우 윤형근 김창열 하인두 정상화 유희영 신성희 송수남 홍석창 박종배 심문섭 김인겸, 제3부는 김환기 전혁림 이성자 천경자 변시지 박서보 백남준 김구림 이상국 박상숙을 조명했다. 그동안 그가 펴낸 작가 모음집의 저서로는 『한국현대화가 10인』(열화당, 1976), 『21인의 한국 현대미술가를 찾아서』(시공사, 2003), 『우리 시대의 미술가들』(시공사, 2011)이 나왔다. 이번이 네 번째가 되는 셈이다.
오광수 / 1938년 부산 출생. 홍익대 미술학부에서 회화 수학. 196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부분 당선. 상파울루비엔날레, 칸국제회화제, 베니스비엔날레 한국 커미셔너, 광주비엔날레 전시총감독 역임. 환기미술관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 원주 뮤지엄산 관장 역임. 저서로 『한국현대미술사』, 『한국현대미술 사상노트』, 『시대와 한국미술』, 『미술 시평 앤솔로지-시대의 현장과 비평』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