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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소믈리에’의추천

상반기미술신간3권모아읽기

2024/04/17

포근한 봄바람이 불어오는 4월, 따끈따끈한 신간이 발간되었다. 언어와 개념미술의 역사, 오늘날 예술의 경향을 분석한 3권의 책 『6년: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오브제작품의 비물질화』(이하 6년), 『문예 비창작』, 『잠재 공간 속의 생태학』을 소개한다.

먼저 루시 리파드의 기념비적인 저서 『6년』. 이 책의 설명은 100자가 넘는 원제목으로 충분할 것이다. “6년: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오브제작품의 비물질화: 일부 미학적 경계의 정보에 대한 상호 참조 도서: 단편화된 텍스트, 예술작품, 기록, 인터뷰 및 심포지엄이 삽입된 참고 문헌으로 구성되며, 연대순으로 나열하고 이른바 개념 또는 정보 또는 아이디어미술에 중점을 두어, 현재 미대륙, 유럽,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아시아에서 나타나는 미니멀, 반형태, 시스템, 대지 또는 과정미술과 같은 모호하게 정의된 분야에 대해 (종종 정치적인 의미를 함축하며) 언급한 것으로, 루시 R. 리파드가 편집하고 주석을 달았다.” 이 선언적이고 도발적인 제목은 누가, 어떤 맥락에서 책을 저술했는지 투명하게 드러내며, 책 스스로가 하나의 개념미술 작품으로 기능하게 만든다.

언어, 창작의 도구이자 결과

두 번째 『문예 비창작』 역시 개념미술에 대한 저작이다. 온라인 아방가르드예술 아카이브 우부웹(Ubuweb)의 설립자이자 작가인 케네스 골드스미스의 대표작으로, 디지털 시대에 ‘비창조적 글쓰기’를 구현하는 다양한 사례를 역사적인 맥락에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보통 중립적이고 투명하며, 동시에 비물질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텍스트와 글쓰기의 물질성을 주장한다. 언어의 물질성은 무엇인가? 그는 발터 벤야민, 상황주의, 플럭서스 등 서구의 아방가르드예술에서 시작해 최근 디지털 환경에 이르기까지 여러 계기 속에서 언어 자체가 자율성을 드러내는 지점을 묘사한다.

마지막은 언메이크랩의 『잠재 공간 속의 생태학』. 이 책은 ‘비미래를 위한 생태학’이라는 리서치에 기반한 전시 <인기 생물>의 일환으로 발행된 도록이지만 일반적인 전시 도록과는 포맷이 다르다. 언메이크랩의 전시와 작품을 설명하고 기록하는 대신, 수행한 리서치에 대한 필진 6인(곽영빈, 김승일, 백희원, 심효원, 윤원화, 이계성)의 해석을 수록했다. 앞의 두 책이 개념미술이라는 서구 미술사의 중요한 유산에 기대 언어의 역할을 드러냈다면, 이 책은 톰 홀러트의 말처럼 “예술을 창작하기 위한 재료”로 최근 중요도를 높여가고 있는 ‘예술가의 연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최근 현대미술은 특히 비엔날레와 같은 대형 전시에서 리서치를 빼놓고 이야기하기 힘들 정도로 창작 과정이나 결과 자체가 하나의 담론적 성과물처럼 보이기도 한다. 여기 세 권의 책은 예술실천에서 언어의 중요성과 활용 방법에 대해 그 어떤 기획보다 뚜렷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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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잠재공간속의생태학』,『문예비창작』,『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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