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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여성들

아트인컬처평론프로젝트‘피칭’제7회선정자이민지

2024/08/02

파라 알 카시미(Farah Al Qasimi)의 작업을 하나로 정의하기란 불가능하다. 작가는 인종, 계급, 젠더 등 동시대 글로벌 사회가 마주하고 있는, 결코 한 방향으로 귀결될 수 없는 문제들을 미묘하고 은유적인 방식으로 들추어내는 작업을 선보이고 있다. 그는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는 단순하고 평범한 사물과 장소를 담는데, 상업 광고를 연상시키는 특유의 밝은 색감과 화면의 매끄러운 질감, 그리고 독특한 구도로 피사체를 포착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광주비엔날레, 샤르자비엔날레, 런던 테이트모던,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등 세계 유수의 기관에서 작업을 연달아 선보였다. 최근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한국 첫 개인전 <파라 알 카시미: 블루 데저트 온라인>(6. 12~8. 11)으로 소개되고 있는 그의 초기 작업을 들여다보자.

파라 알 카시미의 초기작

미술가로서 알 카시미의 정체성은 1990년대 가속화된 세계화 및 문화 혼종화의 영향을 깊이 받으며 형성되었다. 1991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레바논계 미국인 어머니와 에미라티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작가는 아부다비와 미국을 오가며 유년기를 보냈다. 원래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예일대에 진학했던 그는 학부 3년 차에 우연히 수강한 흑백 사진 수업에 매료되었다. 이후 전공을 순수미술로 바꾸고, 동대학원 순수미술과에 진학해 사진과 영상을 다루는 미술가의 길을 걷게 된다. 이후 뉴욕으로 이주한 알 카시미는 브루클린과 두바이를 기점으로 활발한 작업 활동을 이어간다.

삶의 대부분을 미국과 UAE를 오가며 보낸 알 카시미는 두 문화의 영향을 깊게 받은 동시에, 그중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않는 이방인의 태도를 기르게 된다. 두 국가를 초월하며 성장한 경험으로 그는 서로 다른 문화에 친밀감과 이질감을 동시에 느끼는 독특한 위치를 형성할 수 있었고, 이는 작가로서의 정체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통해 그는 인종 계급 젠더 근대화 소비주의 탈식민주의 등 두 나라가 지닌 사회 문제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이를 작업으로 확장해 나간다.

두바이와 그 주변 지역에서 촬영한 사진으로 구성된 첫 번째 사진 시리즈 <세상이 가라앉고 있다>(2012~16)에서 알 카시미는 UAE의 급격한 경제 성장으로 이루어진 현대화와 세계화, 그리고 지배적인 성별 규범에 관한 사회 문제를 은유적으로 고찰한다. 예를 들어, 그의 초기작 <모래성들>(2014)은 두바이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거대한 모래성을 화면 가득 보여준다. 사막 위에 솟아 있는 마천루들과 그 모습을 그대로 본뜬 모래성을 나란히 병치해 급속한 경제 성장과 그 결과의 위태로운 상태를 비유한다. 한편, 에미라티 여성들을 담은 작품에서 알 카시미는 아랍 여성들이 오랜 시간 견뎌야 했던 이중 시선의 딜레마를 드러낸다. 카메라를 꼿꼿한 시선으로 마주하는 전통 초상사진과는 달리, 알 카시미가 담은 여성들은 좀처럼 카메라 앞에 전신을 온전히 드러내지 않는다.

<이불을 개는 S>(2016)에서 보이듯, 대개 한 글자의 이니셜로만 명명되는 이들은 카메라의 시선을 무시한 채 화려하게 수놓인 에미라티 전통 의복, 집 안의 카펫, 이불, 커튼 사이로 얼굴을 감춘다. 작가는 여성성, 혹은 그들의 전통적인 가사 노동을 상징하는 사물들 사이로 여성 피사체를 감추고 드러내기를 반복하는 시각적 기법을 사용한다. 이는 아랍 여성을 끊임없이 타자화하는 외부의 오리엔탈리스트적 시선과 여성의 몸에 사회, 종교적 책임을 투영하고 그들의 자유로운 이동과 표현을 제한하는 에미리트 내부 사회의 비판적인 시선을 들추어내기 위해서다. 알 카시미가 자신의 카메라 속 여성들을 타자화하지 않고 담을 수 있는 이유는 그 또한 ‘그들’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방인이 들어갈 수 없는 여성들의 공간에 들어가 그들의 일부가 된다. 여성들은 그 앞에서 각자의 모습대로 서있고, 행동하고, 바라본다. 이름과 얼굴을 베일에 가린 알 카시미의 여성들은 타자에서 비로소 온전히 자기 자신이 된다.

파라 알 카시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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