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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의파라다이스

라인문화재단,프로젝트스페이스라인개관

2025/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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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희<COMPLEX_root>식물혼합재료가변크기2024

고층 건물과 상업 시설이 빽빽이 늘어선 강남 한복판에 비영리 전시 공간이 들어섰다. 그 주인공은 ‘프로젝트스페이스라인’. 2008년 설립된 라인문화재단의 첫 미술공간이다. 재단은 문화예술 인재 장학금 지원, 예술제와 영화제 후원 등으로 한국 문화예술 발전에 공헌해 왔다. 그간 간접 지원에 매진해 왔지만, 전시 공간 마련은 재단의 오랜 바람이었다. 현재 재단은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성북동에 미술관을 짓고 있다. 프로젝트스페이스라인은 미술관 건립의 도화선이자 사전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 공간은 미술관 운영에 앞서 여러 방향성을 실험하고 모색하는 거점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프로젝트스페이스라인이 들어선 삼성동은 압구정에서 청담에 이르는 ‘강남 아트벨트’와 가깝지만, 심리적, 문화적으로 상당히 다른 분위기를 띤다. 화려한 미디어 월과 뛰어난 교통 접근성을 지닌 메트로폴리스는 삼성동 미술씬에 강점이자 약점으로 작용한다. 전시 관람보다는 공연과 쇼핑 등 소비 문화에 특화된 지역이기 때문이다. 라인문화재단은 이곳에 새로운 흐름을 만들겠다는 포부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프로젝트스페이스라인은 약 90평의 전시 공간 및 기타 시설을 갖춘 3개의 층과 야외 루프탑으로 구성된다. 외관은 아이보리색 외장재를 규칙적으로 쌓아 단순해 보이지만, 입구의 아치형 문으로 특별함을 더했다. 기능 중심의 실용적인 건축물이 즐비한 삼성동과 큰 위화감이 없으면서도 묘하게 차별화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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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조건이조화로울때>전전경2024

개관전 <모든 조건이 조화로울 때>(2024. 11. 12~2. 8)는 삼성동의 ‘무(無)장소성’을 주제로 삼았다. 캐나다 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가 말한 무장소성이란 어떤 장소가 독자적이고 고유한 의미를 지니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고원석 라인문화재단 디렉터는 “삼성동은 고밀도 자본을 배경으로 한 치의 효율이나 공백을 허락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장소의 전형적인 성격을 띤다. 개관전은 획일적이고 표준화된 모습으로 고유성을 찾을 수 없는 이곳에서 무장소성과 새로운 관계 맺기를 시도한다.”라고 설명한다. 이번 전시는 박기원과 박소희의 2인전으로 기획되었다.

박기원(1964년생)은 비닐, 아연 도금 파이프 등 산업적이고 일상적인 재료를 사용해 공간에 개입하는 작업을 선보여 왔다. 반면 플로리스트 겸 작가 박소희(1981년생)는 꽃과 식물로 공간에 생명력을 부여하고, 뿌리와 가지, 흙으로 바니타스적 공간을 연출한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두 작가가 협업해 가상의 ‘중정’을 형상화한 2층 전시장이다. 전시장 벽면에는 얇은 커튼 뒤로 푸른빛이 형형히 감돌고, 바닥에는 검푸른 이끼 정원이 조성되었다. 전자는 박기원의 <중정>, 후자는 박소희의 <Le sol_soil>이다. 박기원은 전시실에 창문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 LED 램프로 쏟아지는 빛을 연출했다. 박소희는 버려진 향나무, 편백나무, 삼나무 가지로 가상의 정원을 구현했다. 작품에 집중하도록 천장의 노출 콘크리트와 흰색 가벽만 남겨둔 공간이, 편안한 빛과 자연이 공존하는 파라다이스로 변모했다. 개관전 이후 프로젝트스페이스라인은 삼성동의 지역 커뮤니티를 염두에 둔 새로운 기획전과 연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미술관이 소화하기 어려운 실험과 다양한 주체와의 광범위한 협력을 모색한다. 무미건조한 삼성동 산업 단지에 모처럼 활기가 내리쬐는 듯하다.

가나자와21세기미술관(2024.11.01~)
[만료]고흥군청(2024.11.01~2025.01.08)
[만료]한솔제지(2024.11.13~2025.01.08)
아트프라이스(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