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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에이엠아트 • 서울시 중구 다산로 32 남산타운 스포츠상가 203호 04595 • 02-797-2117

사업자등록번호: 101-81-67400 • 통신판매업신고 제2016-서울중구-1401호 • 대표이사: 김이수

ISSN 1599-1377 (Print) / ISSN 0000-0000 (On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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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북, 디지털 시대의 ‘미션’

Ctrl+ZMark PolizzottiTHEME SPECIAL
아트인컬처 과월호 다시 읽기
2016년 3월호 「아트북, 디지털 시대의 ‘미션’」
2025 / 05 / 14
마크 폴리조티

오늘날 출판업계는 커다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디지털 시대, 온갖 스마트 기기에 포위된 종이 매체의 ‘종말론’이 대두될 정도다. 그러나 미술관 등의 문화기관들은 예술작품을 다루는 전문 서적 ‘아트북’ 출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출판 부서의 편집 및 발행 전반을 총괄하는 마크 폴리조티는 디지털 아트북이 따라잡을 수 없는 종이 아트북만의 매력을 설파한다. 종이 아트북의 성공적인 기획 제작 유통 전반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아트북이 단순히 좋은 예술작품을 싣는 하나의 매체가 아니라, 그 자체로 또 하나의 예술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

오늘날 출판업계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550여 년 전 구텐베르크 활자 도입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도 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고 우리의 정보 소통 방식은 완전히 변화했다. 한 때 인쇄 매체의 절대 군주였던 책은 온갖 기교를 부리는 가상 페이지로 무장한 신흥 전자기기에 눈 깜짝할 새에 포위됐다. 무엇보다도 관심을 쏟을 만한 문화적 즐길 거리가 늘어나면서, 지식 추구에 있어서 독서의 권위가 약해지고 말았다. 요즘 읽는 일에 시간을 쏟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필연적으로 이런 질문이 생겨난다. 이런 시대에 미술관 출판사는 왜 종이 화집(art book) 제작을 고집하고 있는가? (몇몇 미술관이 실제로 하고 있는 것처럼) 모든 정보를 인터넷에 올리는 것이 더 간단하지 않은가? 나는 여기서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온라인 카탈로그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손에 꼽힐 만큼의 몇몇 사례를 제외하고는 상업적 측면에서 디지털 출판은 초기 추진했던 이들이 기대했던 것만큼 성공적이지 않았다는 것을 우선 짚고 넘어가겠다. 몇 가지 장르는 전자책 출판으로 괄목할 만한 수익을 거뒀지만, 대부분은 잘 되어 봤자 평균 정도의 수익 밖에 내지 못했다. 특히 대부분의 디지털 아트북은 시작하는 과정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미술관 업계에서 우리가 쌓아 온 경험에 따르면 사람들은 대부분 디지털 아트북의 기능을 인정하면서도 무료를 선호하고, 아주 적은 수의 소비자만이 유료 콘텐츠를 구매할 의사가 있는 것 같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디지털 뮤지엄 가이드북 화면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의 디지털 뮤지엄 가이드북 화면
마크 폴리조티(Mark Polizzotti) /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출판부 편집장 겸 발행인. 예일대학 불어 및 비교문학과정 최우수 졸업, 콜롬비아대학 불문학 박사, 파리 제7대학 문학 및 철학 전공. 보스턴미술관 출판부 편집장, 데이비드고딘 편집장을 역임했다. 랜덤하우스, 그루브웨이든펠드 등에서 편집자로 근무. 주요 저서로 『마음의 혁명: 앙드레 브레통의 삶』, 『로트레아몽 노마드』 등. 주요 역서로 『구스타브 플루베르』, 『마그리트 뒤라스』 등.

종이 아트북과 디지털 아트북 사이에서

누군가가 나를 신기술 반대자로 오해하기 전에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게 있다. 나는 디지털 퍼블리싱을 엄청난 악마처럼 여기지도 않고, 소중한 인쇄물에 대한 위협으로 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디지털 퍼블리싱의 지지자들처럼 인쇄물이라는 늙은 용을 디지털 퍼블리싱이라는 백의의 기사가 물리치기를 기대하지도 않는다. 디지털 기술은 혁신이며, 최상의 인쇄 역시 혁신을 추구한다. 디지털 퍼블리싱은 흥미로운 기술이다. 나는 디지털 미디어가 인쇄 매체를 자유롭게 하고, 재생시키며, 심지어 변화시키는 기회를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디지털과 인쇄 미디어가 경쟁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로 작용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이제 겨우 그 가능성에 대해 배우고 있는 중이 아닌가. 그 과정의 일부로서 우리는 우리 앞에 나타난 장애물에 대해서도 배우고 있는 것이다. 관련하여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하겠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은 최근 뮤지엄 가이드북의 전자책 버전을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전자책을 시험해보기 위해 고안한 계획이었다. 가이드북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가장 유명한 도서 중 하나로 광범위하고 다양한 독자층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 가이드북에는 정보가 세부 항목별로 정리되어 있어 검색이 편리했고, 작품마다 추가 설명이나 작품 이미지를 회전시켜 보기 등의 기능도 있었다. 관객은 이 모든 정보를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 넣어 간편하게 들고 다니며 전시를 관람할 수 있다. 종이책을 들고 갤러리를 관람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게다가 가이드 인쇄본은 25달러이지만, 디지털 버전은 10달러 미만이었다.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가이드북의 인쇄본이 전자책의 판매량을 훨씬 앞서고 있다. 왜 그럴까? 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시장 원리에 입각해볼 때, 현재 전자책 시장에서 아트북의 ‘카테고리’ 자체가 굉장히 적다. 특정한 도서 구입을 위해서는 대개의 경우 소비자가 그 책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출판사의 웹사이트에서 찾을 수 있어야 한다. 아마존(Amazon)닷컴의 킨들(Kindle) 스토어에서 디지털 아트북의 목록을 검색해 보면 3만 4천권 가량의 책이 나온다. 하지만 그 목록을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기초적 수준의 미술 안내서거나 어른들을 위한 컬러링북 등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아트북이 아니다. 이렇게 디지털 아트북이 충분하지 않다 보니 아트북 카테고리 자체가 소비자의 눈에 띄지 않게 되고, 이는 아트북의 디지털 버전 출판을 더 어렵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메트로폴리탄뮤지엄 가이드북 한국어 버전.
메트로폴리탄뮤지엄 가이드북 프랑스어 버전.

더 분명히 말하자면, 대부분의 아트북은 디지털 플랫폼이나 디바이스가 제공하는 것과는 다른 독서환경을 요한다. 어쨌든 현재까지는 말이다. 빠른 정보 전달이 가능한 디지털 독서와 달리, 논문이 실린 전시 카탈로그 등 학문적 성격이 강한 종이 아트북을 읽을 때에는 심사숙고하여 읽으며 작가의 생각을 이해해야 한다. 디지털 카탈로그의 검색 기능은 개별 작업을 조사할 때는 이상적이다. 많은 카탈로그 레조네(Catalogue Raisonne) 제작자들이 왜 이 방식을 택하는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확장된 해설을 위해서는 기승전결과 설명이 필요하다. 예술은 이야기이다. 이야기에는 맥락이 필요하며, 그 맥락을 음미할 시간이 충분할 때 효과적인 결과물이 만들어진다. 게다가 잘 만들어진 종이책에는 물리적으로 느낄 수 있다는 사실 자체에서 오는 감각적 기쁨이 있다. 종이의 질감, 책을 펼쳤을 때의 크기와 무게감 같은 것 말이다. 아직까지 전자책으로는 어떤 음향 효과와 기교로도 이 감각을 모방하거나 대체할 수 없다.

나 또한 킨들과 아이패드가 몇 천 권의 출판물을 손 위에서 바로 접근할 수 있게 하는 장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관련 앱에서 콘텐츠를 마음대로 조작함으로서 우리의 콘텐츠를 더욱 더 풍성하게 경험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우리 아이들이 태블릿과 스마트폰으로 글을 읽는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는 것과, 아이들이 그 안에서 이야기하며 의견을 구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다. 채식본(彩飾本)이나 양피지(羊皮紙) 두루마리처럼, 책 또한 한 두 세대 내에 과거의 유물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해, 인쇄물 자체가 현재의 인쇄물이 후대를 위해 보존하고 있는 그 유물과 같은 위치가 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오늘날의 미술관 출판사들은 필연적으로 여러 역할을 접목시키게 된다. 우리는 학자의 대리인으로서 작가의 글을 감상하고 평가하며, 우리의 상위 기관이 부여한 교육적 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냉철한 사업가 혹은 수완가의 마음으로 더러운 돈의 치명적인 매력을 뿌리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도 매끄럽게 돈벌이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미술관은 더 이상 출판에 무한한 (그 돈이 있다는 전제 하에) 자금을 투자할 수 없으며, 재정 상황이 괜찮은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출판사조차도 출판을 통해 최소한 적자를 막거나, 가능한 한 수익을 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출판사는 회사의 책이 창고에 쌓여 먼지에 파묻히는 신세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알렉산더 맥퀸 회고전 도록 『Alexander McQueen: Savage Beauty』(2011)

미술관의 출판인으로서 말하건대, 책을 내가 원하는 대로 제작할 완전한 자유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메트로폴리탄에서 발행한 출판물들 중에선 내게 권한이 있었다면 아주 다르게 제작했을 출판물들도 있고, 전혀 손대지 않았을 것들도 있다. 이는 그저 문화 기관에서의 출판의 현실이다. 그렇지만, 최대 가능한 범위 안에서 우리는 모든 출판물들이 미술관 관객뿐만 아니라 메트로폴리탄에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도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자 노력한다. 다시 말해, 책의 독자가 전문가 혹은 비전문가인지와 상관없이 책의 주제에 관심이 있는 모든 이의 흥미를 끌 수 있도록 제작한다. 그리고 그 주제에 관심이 없었다 하더라도 책이라는 존재 자체만으로 새로운 주제에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모든 사람을 위해 만든다.

따라서 경제적 성과에 대한 책임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돈보다는 독자를 파악하고 가능한 한 많은 독자의 손에 책이 가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모든 주제가 광범위하게 반응을 이끌어 내지는 못한다. 우리가 출판하는 책 중에는 어쩔 수 없이 전문적 성격을 띤 책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책 한 권의 잠재적 독자가 3만 명이라면 그 3만 명에게 책이 닿도록, 500명이라면 500명에게 닿을 수 있게끔 만들고 싶다.

가능한 한 많은 독자에게 다가가기

기본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문화적 학문적 지형에서 책과 독서의 중요성 및 긴요함을 지켜 내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중요성을 결코 남용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상 그 누구도 책을 굳이 살 필요는 없다. 특히나 아트북처럼 학술적인 책은 말이다. 아트북이 밥 먹여주거나 망가진 세탁기를 고쳐주는 것도 아니고, 자녀의 대학입시에 도움을 주는 것도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두 가지 이유로 아트북을 구매한다. 특정 주제에 대해서 찾고 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대다수의 경우 그냥 사고 싶어서다. 수작 부리는 것처럼 들리고 싶지는 않지만, 사실상 출판인으로서 나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는 이 물건에 대한 욕구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선택의 순간을 거치며, 그 순간 다른 제품보다 내 제품을 더 원하도록 하게 하는 것이 나의 일이다. 최소한, 내가 파는 책은 다른 많은 책들과는 달리 진짜로 소비자의 삶을 풍성하게 할 것이라는 점에서 부담감이 덜하다. 어떻게 그 욕구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의 기획 단계에서부터 독자를 염두에 두고, 엄중한 학술적 임무를 충족시키는 동시에 소장 욕구를 끌어내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로 생각해 볼 것은 콘텐츠다.

중국 서예미술 기획전 도록 『Ink Art: Past as Present in Contemporary China』(2013)

나는 예전에 뮤지엄 카탈로그가 가족묘(墓)를 연상시킨다고 말한 적이 있다. 가족묘의 추모적 성격과 적은 수의 사람에게만 허락된 제한적인 접근성, 그리고 생명이 거의 없는 내면이라는 점에서다. 아트북이 학문에 충실할 것인지 더 많은 대중이 이해하기 쉽게 만들어 접근성을 높일 것인지에 대한 토론은 상당히 진척된 편이다. 그러므로 곧바로 내 생각을 밝히자면,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아트북의 학술적인 질을 낮추거나 희석시키는 것은 분명히 아니다. 오히려 이는 일반 독자들도 미술 연구의 즐거움과 열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초대한다는 데서 의미가 있다. 책의 저자가 처음 연구를 시작하게 만든 그 열정 말이다. 이는 평생 쌓아온 지식을 (위화감 조성이 아닌) 교육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며, 설명이 부족한 참고 자료나 그들만의 농담으로 작품을 더 모호하게 하는 것이 아닌, 우리 모두가 작품을 새로운 시각으로 보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열정은 학술적 우월감과 2차 자료 인용 등에 가려지고, 그렇게 만들어진 두꺼운 전문서는 동료 전문가들의 관심 밖에는 얻지 못한다. 반면, 나는 (단순히 다른 연구를 재정리하거나 수십 개의 참고 문헌을 넣은 것이 아닌, 독창적이고 진보적 통찰을 일구어 낸) 진정한 학문은 언제나 유용하며 독자층과 시장을 점유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이러한 학문을 담은 종이책을 출판할 수 있다면, 그래서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독서 경험을 이끌어 낼 수 있다면, 우리는 진부한 옛 평판 외에는 잃을 게 없을 것이다.

물론,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도 아무도 읽어 주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다. 그래서 우리는 포장을 한다. 영국 속담 중 “책을 그 겉표지로 판단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책의 겉표지를 보고 구매를 결정한다. 겉표지는 책의 내용을 정확하게 나타내야 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최초로 노출되는 가장 중요한 광고의 역할도 한다. 표지의 주요 역할은 눈길을 끄는 것이다. 서점에서 책을 훑어보는 소비자들은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제목을 훑어 본다. 그리고 그 짧은 순간에 소비자를 멈추고 책을 집어보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 안의 콘텐츠가 아주 훌륭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그 훌륭함을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메트로폴리탄미술관에서 책 표지를 제작할 때 적용했던 원칙 4가지가 있다. 첫째, 가능할 때마다 눈길이 가게 만들어라. 둘째, 놀랄 만한 요소를 만들어라. 디자인적 요소든, 표지 자체의 물성이든. 셋째, 항상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만들어라. 매력적이라는 말은 꼭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다만 유혹적이고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가능하다면 물론 위의 세 가지를 모두 시도하라. 2011년 전시 <알렉산더 맥퀸: 야만적 아름다움(Alexander McQueen: Savage Beauty)>의 카탈로그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30만 부 이상 팔렸고 현재도 그 기세가 여전하다. 전시가 끝난 지 4년이 지난 최근까지도 12쇄를 찍었으며, 지난 11월에만 3천 부를 판매했다. 물론 이것은 워낙 극적인 예이고 책의 표지만으로 이뤄 낸 성과는 아니다. 하지만 표지가 큰 역할을 해냈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미술관 아시아미술 부서 설립 100주년 기념 특별호로 발간한 2015년 여름호.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출판부의 정기 간행물 『Bulletin』은 미술관 유료 회원들을 위한 계간지로 제작된다.
토마스 하트 벤튼의 1920년대 미국 풍경을 담은 벽화를 다룬 2015년 겨울호.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출판부의 정기 간행물 『Bulletin』은 미술관 유료 회원들을 위한 계간지로 제작된다.

책을 그 겉표지로 판단하라!

뿐만 아니다. 책의 내지 또한 관심을 끌어야 한다. 최근 “아름다운 예술!”이라는 헤드라인을 사용한 한 저명한 아트북 출판사의 광고를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회사가 출판하는 예술 콘텐츠가 아름답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연한 문제점이 있다. 출판사는 예술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예술에 대한 책을 파는 것이다. 이 지적이 사소한 말꼬리 잡기로 보일 수 있으나, 두 개의 차이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처럼 콘텐츠와 콘텐츠를 전달하는 매체를 혼동하기 시작하면(이 경우 예술과 아트북), 매체에 문제가 생긴다. 책의 주제만 중요하고 그를 전달하는 매체는 부차적인 요소라는 생각이 내재된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종이 아트북이 미적으로, 경제적으로 성공하려면 그 매체를 책의 메시지와 같은 수준에 놓고 중요하게 다루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책이 아름다운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고 해서 그 책이 꼭 아름다운 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름다운 책이 되기 위해서는 책 자체가 주는 미적 만족감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만족감을 주기 위해서는 책의 콘텐츠 구성이나 표지 제작만큼이나 사용하는 사진과 책의 레이아웃에도 공을 들여야 한다. 다시 말해, 책 자체가 예술 작품이어야 한다. 그 책이 담고 있는 작품만큼이나 책 자체가 강한 신념과 정서적 영향력을 갖춰야 한다.

알렉산더 맥퀸 회고전 도록 『Alexander McQueen: Savage Beauty』(2011) 내지
동남아시아 5~8세기 불교미술 기획전 도록 『Lost Kingdoms』(2014) 내지

당연히 우리 모두가 아름다운 책을 제작하고자 한다. 정말 재미있는 부분은 그 아름다운 책이 인쇄된 후에 일어난다. 홍보와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몇 십 년간 미술관 출판업계의 마케팅에 대한 태도는 급변했다. 우리는 그 마케팅이라는 것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했고, 심지어 고귀한 학문 연구의 영역에 있는 우리조차도 마케팅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메트로폴리탄에서 우리 팀은 정가 확정에서부터 책의 진열까지 모든 면에서 미술관 서점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도서의 유통업자인 예일(Yale)대 출판사와는 더욱 더 긴밀하게 협력한다. 사실상 우리 책의 대부분은 미술관 서점보다는 유통망을 통해 더 많이 판매되며, 가끔 그 판매량은 3배까지도 차이가 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도서의 표지 디자인부터 도서 가격, 할인 일정이나 특별 판매 계획, 수출 가능성까지 모두 예일대 출판사와 상의한다. 우리의 도서를 예일의 판매 회의에 보내며, 새로 출판한 책에 대한 전통적 형태의 보도자료와 비디오 트레일러 등 언론 자료도 제공한다. 우리가 유통업자와 지켜 온 파트너십은 단지 유통망이 만들어 내는 수입(보통 연 1.5~2백만 달러의 추가 수입을 발생시킨다) 때문만은 아니다. 전 세계에 살고 있는, 우리가 직접 닿을 수 없는 소비자들의 손에 우리의 책이 도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이는 도서의 판매 수명을 관련 전시 이후에 몇 년까지도 연장해준다. 이미 언급했듯 <알렉산더 맥퀸>전 도록은 전시가 끝난 지 4년이 지나고도 계속해서 재판되고 있다. 이 책 뿐 아니라 우리가 출판한 도서 중 많은 책이 첫 출간 이후 몇 년 동안 재판되며 많은 책들이 1만 부 이상 판매된다.

『European Clocks and Watches in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표지. 메트로폴리탄미술관 미술관의 아트북은 표지에서부터 ‘아름다움’과 ‘놀라움’을 추구한다.

물론 우리가 만드는 모든 책이 성공적이지는 않다. 가끔 훌륭한 컨텐츠, 아름다운 표지, 좋은 홍보 등 모든 것을 갖추었지만 안타깝게도 잘 팔리지 않는 책이 있다. 왜 그럴까? 누가 알겠는가. 미스테리다. 같은 예로, 몇 백 권 팔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3쇄 이상 들어가는 책들도 있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저 슬퍼하거나, 혹은 불확실성을 포용하고 이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법이 있다. 무엇보다도 출판의 과정에 간섭하는 것을 삼가고, 다양한 실험을 위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어떤 방식이 성공하는지 언제나 알고 있다면, 결국은 변화 없이 계속해서 똑같은 것을 출판하게 될 것이다. 또한 이 기회를 통해 책에 생기와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성공’을 위해 계산된 비법이 아닌 깊은 고민과 실험적인 출판에서 나오는 에너지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출판의 역사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그러한 계산된 비법이 성공하는 적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도전과 혁신을 멈추지 않고 어떻게 우리의 일을 더 잘 할 수 있는지 찾아보아야 한다. 매일이 여기에 시간을 쏟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우리 미술관 출판인들은 다음의 사항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첫째로, 일에 착수하기 전에 반드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진다. “책의 독자는 누구이며, 책이 어떻게 독자에게 닿을 수 있고 소통할 수 있을까?” 둘째로, 독자가 시간을 투자할 가치가 충분한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완성된 책의 홍보와 판매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판매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을 만드는 것이다. 셋째, 그 책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책을 만들어야 한다. 책이 소개하는 작품과 같은 신념과 정서적 영향력이 있는 책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책을 만들 때 열정과 호기심을 유지해야 한다. 가능성은 우리의 상상력만큼이나 거대하게 열려 있다. 우리는 학술적이면서도 혁신적이고, 활기차면서도 진지하고, 화려하면서도 냉철하고, 사치스러우면서도 경제적일 수 있다. 우리가 피해야 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지루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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