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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공간,바람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페레스프로젝트,화이트큐브,챔버1965,다이브서울

2023/07/07

올해 미술계에 많은 개관 소식이 들려왔다. 2022년 프리즈 서울 이후로도 열기가 이어지며 전시 관람 외에 컬렉팅, 신진 작가 발굴, 연구 등 다양한 목적으로 미술공간을 찾는 발걸음이 늘었다. 한껏 오른 분위기에 미술관은 물론, 해외 메이저 갤러리와 신진 미술인도 원동력을 얻었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미술계에는 새로운 공간이 연이어 탄생하고 있다. 개관 만 1주년부터 오픈이 임박한 곳까지. 국내 아트씬에 첫 발을 뗀 기관, 갤러리, 신생공간 5곳을 모았다.

내실을 다지고 외연을 넓히다

먼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4월 4일 종로구 평창동에 개관했다. 서울시립미술관은 2022년 대대적인 아이덴티티 개편과 함께 미술아카이브 웹사이트와 데이터 서비스를 먼저 공개했다. 오프라인 기관은 전시와 보존 목적의 모음동, 공공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나눔동, 학술 행사를 위한 교육동의 3곳으로 나뉜다. 2017년 사전 수집을 시작해 현재까지 총 22개 컬렉션, 57,000여 점의 자료를 소장 중이다.

미술아카이브는 ‘이용자 친화적인 아카이브’를 모토로 내세웠다. 시간과 장소를 기준으로 컬렉션 타임라인과 소장 자료 분포도를 구축하고, 이를 웹 사이트와 전시에 함께 선보였다. 실물 자료는 모음동에 위치한 ‘리서치랩’(사전 예약제)과 ‘레퍼런스 라이브러리’에서 열람할 수 있다. 개관전으로는 3개 전시를 동시에 열었다. 비평, 번역, 교육 등으로 미술 제반 활동에 일념한 최민 컬렉션 <명랑 학문, 유쾌한 지식, 즐거운 앎>을 필두로 기존 서울시립미술관 전시 연구 컬렉션 <아카이브 하이라이트: 김용익, 김차섭, 임동식>, 옥상 정원과 유휴 공간을 활용한 상설전 <SeMA 프로젝트 A>를 기획했다. 전시 외에도 연구 가이드를 제공해 미술담론을 활성화하고, 미술아카이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의 틀을 제시하는 것이 비전이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전경 2023

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전경2023

<명랑 학문, 유쾌한 지식, 즐거운 앎>전 전경 2023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명랑학문,유쾌한지식,즐거운앎>전전경2023서울시립미술아카이브

베를린에 본사를 둔 페레스프로젝트 서울은 4월 28일 종로구 삼청동에 신관을 열었다. 작년 4월 아시아 첫 지점을 서울 신라호텔에 열며 확장을 예고한 지 1년 만이다. 페레스는 2019년 아트부산에 처음 참가하며 한국에 진출했고, 작년과 올해 연이어 공간을 개관하며 입지를 확장했다. 아시아총괄디렉터 조은혜가 지휘봉을 잡아 신라호텔과 삼청동 지점을 이끌어 가고 있다. 삼청동 개관전에는 전속 작가 그룹전 <The New, New>와 젊은 영국 페인터 씨씨 필립스 개인전을 함께 선보였다. 한국 아트씬 내 차별화 전략으로는 “한국의 신진 작가를 발굴해 자사 글로벌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해외에 알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그 첫 번째 주인공은 젊은 화가 유예림. 11월 베를린 지점에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영국 yBa를 발굴했던 화이트큐브도 서울에 상륙한다. 화이트큐브 서울은 홍콩에 이은 아시아 두 번째 지점으로, 오는 9월 강남구 압구정동 호림아트센터 1층에 문을 연다. 제이 조플링 대표는 서울점 론칭 배경으로 프리즈 서울 개최와 열정적인 컬렉팅 커뮤니티가 잘 형성된 점을 꼽았다. 서울 디렉터 양진희는 “도산대로의 지역 미술 네트워크를 발판으로 한국 아트마켓을 세계화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제레미 <The Mountain Goat(Free from Desire)> 캔버스에 아크릴릭 90×120cm 2023

제레미<TheMountainGoat(FreefromDesire)>캔버스에아크릴릭90×120cm2023

소규모 개관 소식도 있다. 챔버1965와 다이브서울은 각각 서울 성북구와 광진구에 문을 열었다. 먼저 챔버1965는 작년 7월 28일 동소문동에 오픈한 아티스트 런 스페이스이다. 방(chamber)이라는 이름처럼 작은 방 6개가 모인 공간이다. 전시장은 오래된 판잣집을 개조한 것으로, 합판과 콘크리트가 노출된 공간을 살려 재단장했다. 공간 특유의 거친 물성과 어울릴 만한 작가를 선별하고, 화이트 큐브에선 시도하지 못하는 실험을 독려한다. 다양한 작가를 만나는 것을 모토로, 일반적인 비영리 목적 대안 공간과 달리 대관을 제한하지 않았다. 챔버1965는 첫해 생존을 위해 외부 기획과 대관으로 촘촘한 일정을 소화했다. 한편 챔버1965는 ‘성북아트벨트’ 지도를 제작할 정도로 지역 미술에 관심이 깊다. 오는 7월, 삼선동의 지역사를 모티프로 첫 자체 기획전을 선보인다. 앞으로 인근 공간과 협업해 지역 미술인, 전시 공간과 동반 성장해 나가겠다고.

최정은 <일본산 멍게 수입을 반대한다> 실크, 스틸 외 혼합재료 2023

최정은<일본산멍게수입을반대한다>실크,스틸혼합재료2023

다이브서울은 작년 7월 3일 중곡동에 오픈한 비영리 공간이다. 콘셉트 키워드로 ‘속도’와 ‘새로움’을 꼽아, 다이빙의 강렬한 인상을 빗대 작명했다. 다이브서울은 신진 작가 발굴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더 구체적으로는 전시 경험이 없는 작가 지망생이나 지역 작가가 타깃이다. 오랜 시간을 두고 작가를 직접 발굴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공모나 영리 목적의 전시는 지양한다. 상업 시설과 갤러리가 많은 번화가 대신, 작업실 수 대비 문화 공간이 부족한 광진구에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다이브서울은 신진 작가를 중심으로 한 지역 예술커뮤니티 형성을 목표로 삼았다. “직접 발굴한 작가가 더 명망 있는 공간에서 활동을 이어가도록” 다리를 놓아주고, “나아가 작가와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 비전이다.

<씨실과 날실 위에서 마음껏 휘청이기로 해요>전 전경 2023 다이브서울

<씨실과날실위에서마음껏휘청이기로해요>전전경2023다이브서울

끝으로 이러한 아트씬의 신바람을 계속 이어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다. 첫째, 표준 연구 기관 정립. 미술사의 내실을 다지려면, 학예직에 비해 현저히 부족한 국내 미술연구직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 둘째, 글로벌 네트워크 본격화. 국내 아트마켓이 열성적인 컬렉터층으로 메이저 갤러리 유입을 이끌었다면, 이제 갤러리 네트워크를 이용해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과 교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셋째, 뉴 페이스와 다양성 확대. 안팎으로 씬이 팽창하는 속도를 유지하려면, 부지런히 신예를 발굴해 세대 교체와 콘텐츠 고갈에 대비해야 한다. / 주예린 기자

화이트큐브 서울 전경 2023

화이트큐브서울전경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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