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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부산미술의힘!

부산현대미술관,‘로컬리티’와‘관종’을주제로기획전2개

2024/04/08

오늘날 지역 미술계는 각 도시의 특색을 담은 로컬리티를 내세워 중앙과 대별되는 성격을 강조한다. 광주의 민주화 정신, 울산의 과학 기술, 제주의 생태 환경 등 지역색을 마치 ‘특산물’처럼 홍보한다. 쉽고 빠르게 지역의 역사와 정신을 알린다는 이점이 있지만, 반대로 지역의 성격을 하나의 프레임에 가두는 족쇄가 되기도 한다. 상투적인 로컬리티는 양날의 검이다. 그렇다면 미술관은 로컬리티를 어떻게 정의하고 그 입체성을 전시로 구현해야 할까? 이근원적인 질문에 부산현대미술관은 <이것은 부산이아니다: 전술적 실천>(2. 24~7. 7)과 <능수능란한 관종>(3. 16~7. 7)전을 열고 두 가지 로드 맵을 제시한다.

마우로 헤르세 <죽음은 느리게 전진한다(Dead Slow Ahead)> 영상 2015
마우로 헤르세 <죽음은 느리게 전진한다(Dead Slow Ahead)> 영상 2015

마우로헤르세<죽음은느리게전진한다(DeadSlowAhead)>영상2015

먼저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는 대규모 지역 연구 전시다. 7개국 작가 51팀이 참여해 게임, 영화, 설치, 퍼포먼스를 아우르는 작품 149점을 선보였다. 총괄을 맡은 김소슬 학예연구사는 기획에 앞서 사전 연구 모임과 추진 위원회를 꾸려 9개월 이상 부산의 지역성을 연구했다.

두 가지 질문이 연구의 단초가 됐다. ‘부산을 대표하는 지역성이 무엇인가? 어디까지가 부산 작가인가?’ 핵심은 ‘경계’의 역사를 이해하는 데 있다. “김해국제공항은 김해시 대저읍에 설립됐지만, 1978년 지역이 부산시로 편입되며 현재 부산에 위치하게 됐다. 정치적인 이유에 따라 지정학적 경계는 수시로 바뀐다. 그래서 지역 주민이 인식하는 심리적 경계와 물리적 경계가 어긋나기도 한다.” 부산 작가를 가려내는 기준도 모호하다. 출생, 거주, 활동 등 여러 지표가 있지만 ‘순혈 부산인’의 경계를 판단하기란 어렵다. 이번 전시는 이처럼 지역에 내포한 다양성을 포괄해 부산의 로컬리티를 재점검했다.

<이것은 부산이 아니다>전은 로컬리티 개념의 이중성을 파고든다. 부산의 로컬리티를 묻기 전, 그 개념부터 다시 정의하자는 것. 자고로 지역성은 한 지역만의 독자적인 특성이 아니라 다른 문화권과 무수히 상호 작용하며 쌓은 교차적 유산이다. 경험을 주고받고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거미줄 같은 지역성이 완성된다. 전시 제목에는 이런 의미를 반영했다. 부산과 교류한 곳이라면 서울, 광주, 뉴욕, 베니스 등 그 어디라도 부산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서민정 <간극의 파장> 혼합재료 가변크기 2024

서민정<간극의파장>혼합재료가변크기2024

미술관 내외부 인력으로 구성된 추진 위원회는 사전 연구 단계부터 함께해 최종 전시에 작가나 기획자로 참여했다. 거제섬도 대표 김은주, 부산독립영화협회 대표 오민욱, 실험실C의 아트디렉터 창파, 예술공간영주맨션 관리인 이봉미와 김수정 등 총 9인이다. 전시의 골자는 부산의 지리적 위치를 넘어 인류학적, 문화적으로 파생되는 문제의식, 경험, 태도, 시대정신을 고루 살피는 것. 이에 9인은 부산의 대표적 특성을 ‘요충지, 소문의 곳’ ‘체화된 기억’ ‘미래로의 연결망’ ‘그 풍경은 늘 습관적으로 하듯이’ ‘불안-조율-공존’ ‘경계 감각’ ‘복수의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등 7개로 추렸다. 전시는 개인의 신체와 경험이라는 미시적인 범위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지역 주민사와 자연사를 조사하고, 궁극적으로 로컬리티라는 방대한 개념을 향해 뻗어가는 경로와 관계망을 촘촘히 그린다.

연구는 꼼꼼하게, 기획은 참신하게

한편 <능수능란한 관종>은 ‘관종의 미학’을 전시로 펼친다. 관종은 ‘관심 종자’의 준말로, 21세기 사회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SNS가 성행하면서 ‘좋아요’를 받으려는 인간의 본능적 욕망이 치솟아, 급기야 여러 자아를 만들어 스스로 브랜드화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전시는 이를 반영해 23개 참여 팀의 로고를 각각 디자인해 모두 다른 브랜드로 꾸리고, 23개의 독립된 전시를 구성했다. 여기에는 작가뿐 아니라 큐레이터, 비평가, 연구자, 인플루언서 등이 포함됐다.

전시는 ‘관심 끌기’를 예술작품 해석의 새로운 기준으로 제시한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최상호 학예연구사는 “‘관심’을 척도 삼아 좁게는 작품의 평가 방식부터 넓게는 예술계 안팎의 역학 관계까지 조망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예술의 본질적 가치뿐만 아니라 대중적 인지도와 영향력 같은 사회적 가치도 아우를 수 있다. 관심을 끄는 과정에 담긴 예술가의 의도와 감상자의 기대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감도 중요한 요소다. 해석에 있어선 일시적인 관심을 넘어 이를 오래 유지하는 작가의 기술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한다.

더 많은 우리

과리오넥스로드리게스주니어<더많은우리>종이에디지털잉크젯프린트121.9×91.4cm2024

하지만 의문점도 남는다. ‘관심 끌기’를 하나의 방법론으로 탐구하고자 마련된 이번 전시에서 정작 이론가의 출품작은 주제를 비껴나간 경우가 많았다. 권시우는 201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신생공간의 역사를 회고한 팟캐스트를 4채널 사운드로 송출했다. 마코의 전시장에는 작게 비치된 <관종 연구 모음> 텍스트보다 새로 출간하는 <테이프 총서>를 기념한 디스플레이가 훨씬 부각됐다. 작가 중에서도 젊은 여성 초상화를 그리는 이목하, 숏폼 채널을 차용한 원정백화점 등 SNS를 주제로 다룬 작가를 소개했지만, 관종의 활동 무대인 소셜 미디어를 재현하는 데 그쳤을뿐, 왜 이들이 관심 끌기라는 전략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부족했다. 출발점은 명료했으나, 후반 전시 제작 과정에서 느슨한 기획으로 주제 의식을 놓쳐버린 게 아닐까? 기획의 맹점을 보완할 비평, 토크 등의 프로그램은 아직 마련되지 않았다. 과감한 주제로 높은 관심을 끈 이번 전시가 ‘능수능란한’ 힘을 발휘하려면 탄탄한 기획력 보강이 필요해 보인다. / 주예린 기자

<능수능란한 관종> 토마스 허쉬혼 섹션 전경

<능수능란한관종>토마스허쉬혼섹션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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